본문 바로가기

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오클랜드 아트 겔러리 오클랜드에서는 춥고 습한 겨울을 제촉하는 가을이 깊어져 가고 있다. 오클랜드 아트 겔러리(Auckland Art Gallery)가 새 단장을 한지도 벌써 3년이라는 세월이 지난 오늘에서야 뭐가 그리 급한지 아침 댓바람부터 이곳으로 발을 옮겼다. 그림을 보러 간다기 보다는 주말 아침 산보간다는 기분으로 집을 나섰다. 역시나 어려운 평면 속의 그림보다는 조금 더 현실적으로 와 닫는 건축물에 자꾸만 눈이 더 간다. 오클랜드 아트 겔러리 건물은 1888년 프랑스 샤또(chateau) 양식으로 지어진 뉴질랜드 최초 공공 아트 겔러리이다. 처음에는 겔러리와 공공도서관 그리고 시청 건물로 함께 사용되다 이후 건물 전체가 겔러리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아래 오래된 그림은 겔러리가 완공된 직후에 그려졌고 오늘 아침에 찍은.. 더보기
복덩이 몇 주전 밤에 아내가 마당에서 고슴도치(hedgehog)를 발견해서는 얼른 나와서 보란다. 아들과 함께 뛰어 나가 보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몇 주후 깜깜한 밤에 다시 녀석이 나타났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열심히 먹이를 찾아 다니고 있는 녀석이 오히려 신기했다. 다음 날 집에 정말 기쁜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저 녀석 복덩이라 이름지어야 겠어'라는 말까지 나왔다. 복이 제 발로 찾아와 우리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야행성인 고슴도치가 오늘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마당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이미 몇 번을 본 사이인지라 더 이상 신기하지도 않고 뭔가를 좋은 소식을 전해 줄 것 같은 듬직한 '택배아저씨'같은 느낌이다. 뉴질랜드에서 사는 고슴도치는 영국.. 더보기
오클랜드 평균 집값(2) 클릭 오클랜드 평균 집값(1) 더 알아보기 현재 오클랜드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를 하나 꼽으라면 주택 가격이다. 오클랜드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오르면서 기존 서남부 지역들도 더 이상 저렴한 지역이 아니다. 실제 남부의 마누레와 지역은 2011년도에 비해서 약 30% 가 올랐다. 센터럴 지역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주택 가격이 올랐다. 백만달러가 넘는 지역이 2011년도에는 4곳 뿐이었지만 올해는 이미 19곳에 이른다. 이미 오클랜드 평균 주택 가격은 호주달러로 $648,176으로 멜번의 주택 가격인 $634,890 을 넘어 섰고, 시드니보다는 11% 낮은 수준이지만 6개월 전의 시드니 주택가격과 같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단기간만을 놓고 보면 금년에도 집값은 계속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더욱이.. 더보기
환경운동가의 편지 이른 아침 비에 젖은 편지 한 통을 우체통에서 발견했다. 생면부지의 Jeem(?)이라는 8살된 초등학생 아이가 환경을 보호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집으로 보낸 것이다.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 또는 킥보드를 이용해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쓰레기가 해양생물을 위협하고 있으니 이제부터 쓰레기가 보이면 쓰레기통에 버려 더 나은 뉴질랜드를 만들자'는 당부의 편지이다. 편지를 읽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 주변을 둘러 보았다. 다행이 주변에 버려진 쓰레기가 없는 것으로 보아 '쓰레기 좀 치우고 살라'는 아이의 충고는 아닌 것 같아 마음이 놓였다. 바르게 쓰려고 노력했지만 나이에서 묻어나는 삐뚤 삐뚤한 글씨에서 아이의 진심과 정성이 느껴진다. 이 꼬마 환경운동가는 우체국 소인이나 편지 봉투없는 편지와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 더보기
지난 부활절 휴일 뉴질랜드의 부활절 연휴는 목요일 밤부터 시작이다. 목요일 밤부터 월요일까지 4일간 국정 공휴일과 더불어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3일을 추가로 휴가를 내면 그 다음 날 안작데이(ANZAC Day) 공휴일이 또 있어 최대 10일간의 긴 연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쳔이 아니더라도 부활절은 거의 명절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연휴시작과 함께 지난 목요일 밤에 집 인근 빵가게로 굿 프라이데이(Good Friday)에 먹는 다는 십자가가 그려진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을 사러 갔다. 굿 프라이데이 전날인 목요일부터 빵가게 주변에서는 계피향과 갓 구워지는 빵냄새가 가득하다. 평소 공휴일에는 야속하게도 닫혀 버리는 가게문이지만 굿 프라이데이에도 문이 열려 있다. 영국에서는 주로 크.. 더보기
폭풍 지난 밤 요란한 비바람 소리 때문에 자다 몇번이나 깨어났다. 평소 보다 이른 아침이지만 더 이상 잠을 청하지 않기로 하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어제 아침에 있었던 진도 앞바다 여객선 침몰 사건부터 먼저 머리에 떠올랐다. 오늘 오클랜드 아침은 너무 유난스럽다. 바람도 비도 너무 유난스럽고, 차들도 유난스럽게 막힌다. 출근길 정체가 더 유난스럽게 짜증스럽다. 평소 평온하던 해변 도로는 바다가 덮쳐버렸다. 출근길 라디오 뉴스에서도 계속해서 '세월호' 이야기가 오르내린다. 밤새 애간장이 다 녹아내려 숨 쉬기도 힘드실 실종자 가족들에 힘들 내시라고 멀리서 기도한다. 더보기
구아바 열매와 잎으로 만든 차 뉴질랜드에 사는 장점 중에 하나는 음식은 꼭 슈퍼마켓에서만 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이웃집에서 자란 레몬이나 피조아를 얻어 먹기도 하고 마당 한켠에 심어둔 고추나 깻잎을 따서 먹기도 한다. 가끔은 물고기를 낚아서 먹기도 한다. 집 뒷마당에는 늙은 레몬 나무, 자두 나무와 구아바(guava)나무가 있다. 레몬이나 자두는 먹을 만큼 열리지 않아서 그냥 새가 먹도록 내버려 두지만 구아바 나무 만큼은 집을 방문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탐을 내는 인기있는 나무이다. 멕시코와 중앙 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 구아바는 가을이 되면 새들과 나눠 먹어도 충분할 만큼 많은 열매가 열린다. 나무의 생김새는 사철나무같지만 포도과에 속하는 식물이라고 한다. 뒷마당에 있는 구아바 나무는 보통의 구아바 열매가 초록색인 것에 반.. 더보기
아들의 술상 최근 며칠째 퇴근하고 오면 저녁상에서 아들은 '맥주 마실거냐'고 묻기를 반복했다. 10살된 아들 녀석이 아빠의 맥주가 뭐가 그리 궁금할까 싶기도 했지만 이내 잊어 버렸다. 오늘 저녁상에서 아들은 맥주 마실지를 다시 물어본다. 그러겠다하고 저녁식사후에는 맥주는 까맣게 있고 소파에 널부러져 재탕 삼탕 '헤리포터'를 보고 있었다. 눈 앞에 사라진 아들이 잠시 후에 나타나 들고 온 것이 '술상'이다. 맥주 한병과 어디서 찾았는지 아몬드 한 접시 그리고 소주잔에 얼음까지 담은 작은 쟁반을 내 무릎 위에 올려 놓고는 간다. 아들 눈에는 피곤에 지친 아빠가 안스러워 보였나 보다. 아니면 술 한잔에 실없이 껄껄거리며 뽀뽀를 해대며 웃는 아빠가 아들눈에는 많이 그리웠나보다. 아내는 아들에게 투덜거린다. '저 녀석은 지 .. 더보기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맛보기 - Trinidad Moruga Scorpion 매운 음식과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친한 키위 동료가 있다. 한 번씩 아내가 담근 김치를 빈 쨈병에 담아다 주면 받은 그 자리에서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반병은 먹어 치운다. 이 친구가 가장 좋아 하는 한국 음식이 오징어 두루치기인데 도시락으로 한국식당에서 김치와 두루치기만 사와서는 밥도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다. '안돼, 브라이언. 밥없이 김치랑 두루치기만 먹는 건 말이지 니네들 빵도 없이 버터랑 쨈만 먹는 거랑 같아. 밥이랑 같이 먹어' '괜챦아, 맛있으면 그만이야' 이 친구는 평소 매운거와 관련 모든 것이라면 내게 먼저 달려 온다. 매운 맛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임을 잘 고 있기 때문이다. 유투브에서 '매운 고추를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동영상'을 낄낄거리면서 보는 것이 이 친구와 가끔 하는.. 더보기
6학년 캠프 뉴질랜드 초등학교 5학년(한국 4학년)부터는 학교에서 주관하는 캠프에 다니기 시작한다. 지난해 아들은 엄마까지 따라 붙은 2일짜리 캠프를 다녀 왔었는데, 올해는 6학년이라서 인지 헤밀턴 인근 '응가루아와아히아'로 4일간 캠프를 다녀 왔다. 캠프떠나기 전부터 기대와 부담감 때문에 초초해 하더니 탈없이 무사히 잘 다녀왔다. 부시워크, 카약킹, 비바크 만들기, 땟목 만들어 타기, 머드 슬라이드, 산악자전거, 골프, 플라잉 팍스, 양궁 등 제대로 캠프 체험을 하고 온 것 같다. 이번 캠프에서 산악자전거를 배워 왔다며 아들의 자랑질이 늘어졌다. 캠핑 다녀온 날 새카맣게 그을린 아들을 보고 한편은 놀라고 한편 대견 스러웠다. 손바닥에는 껍질이 홀라당 벗겨 져서 피가 나고, 팔 다리에는 넘어져 생긴 상처와 자전거 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