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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복덩이

 

 

 

몇 주전 밤에 아내가 마당에서 고슴도치(hedgehog)를 발견해서는 얼른 나와서 보란다. 아들과 함께 뛰어 나가 보았지만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몇 주후 깜깜한 밤에 다시 녀석이 나타났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열심히 먹이를 찾아 다니고 있는 녀석이 오히려 신기했다.


다음 날 집에 정말 기쁜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저 녀석 복덩이라 이름지어야 겠어'라는 말까지 나왔다. 복이 제 발로 찾아와 우리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야행성인 고슴도치가 오늘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마당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이미 몇 번을 본 사이인지라 더 이상 신기하지도 않고 뭔가를 좋은 소식을 전해 줄 것 같은 듬직한 '택배아저씨'같은 느낌이다.

  

 

 


뉴질랜드에서 사는 고슴도치는 영국에서 이민 온 외래종으로 초창기 영국사람들이 뉴질랜드를 자신들이 살던 영국처럼 만들고 싶어서 고향에 살던 고슴도치까지 데리고 왔다고 한다. 어느 나무에나 흔하게 앉아 있는 압도적인 수의 블랙버드가 뉴질랜드에 살게된 이유와 같다.

 

또 녀석들이 가진 순한 이미지와 농부들에게는 골치꺼리인 곤충과 달팽이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잡아 주니 고맙기까지 하였을 것이다.

 

친근한 모습과 대중적인 인기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에서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어 있다. 이유인 즉 멸종위기에 처한 웨타(Weta)나 원래 포유류가 살지 않은 뉴질랜드에서 천적이 없어야 하는 새들의 알까지 먹어 치우고 있기 때문이라 한다. 고유하고 특이한 뉴질랜드의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는 것이다.

 

북반구 고향에 있는 형제들이 겨울이면 6개월 정도 동면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뉴질랜드 북섬에 사는 녀석들은 좀처럼 겨울 잠도 자지 않는다 한다. 또 먹이사슬에서도 녀석들의 수를 제어하는 상위 포식자가 없으니 피해가 더 심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행히 개체수가 지속적으로 줄고는 있다고 한다.

 

그래도 내게는 복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