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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지난 부활절 휴일

 

 

 

 

뉴질랜드의 부활절 연휴는 목요일 밤부터 시작이다. 목요일 밤부터 월요일까지 4일간 국정 공휴일과 더불어 요일, 요일, 목요일 3일을 추가로 휴가를 내면 그 다음 날 안작데이(ANZAC Day) 공휴일이 또 있어 최대 10일간의 긴 연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크리스쳔이 아니더라도 부활절은 거의 명절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연휴시작과 함께 지난 목요일 밤에 집 인근 빵가게로 굿 프라이데이(Good Friday)에 먹는 다는 십자가가 그려진 핫 크로스 번(hot cross bun)을 사러 갔다.

 

 

 

 

굿 프라이데이 전날인 목요일부터 빵가게 주변에서는 계피향과 갓 구워지는 빵냄새가 가득하다. 평소 공휴일에는 야속하게도 닫혀 버리는 가게문이지만 굿 프라이데이에도 문이 열려 있다.

 

 


영국에서는 주로 크린베리, 사과나 계피를 함께 넣어서 굽는다고 하지만,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초코렛을 넣은 핫크로스 번이 더 인기가 있다.

 

핫 크로스 번과 관련해서 재미있는 미신들도 많이 있다. 특별히 굿 프라이데이에 구운 번을 먹으면 그 해에는 곰팡이가 자라는 것을 막아 주며, 부엌에 메달아 두기만 해도 화재를 막아줄 뿐만 아니라 그 부엌에서는 1년 동안 맛있는 빵이 구워진다고 한다. 병이 있는 사람이 먹으면 병이 낮는데 도움을 주고, 빵 한쪽을 함께 나눠 먹은 사람과는 우정을 돈독히 해준다고 한다. 핫 크로스 번을 가지고 배를 타면 항해하는 동안 난파를 막아준다고 믿었다 하니 범상치 않는 특별한 빵이다.

 


공휴일이 시작되는 첫날인 굿프라이데 전날은 오클랜드에 폭풍이 몰아쳤다. 많은 비로 오클랜드 남쪽 후누아 폭포(Hunua falls)에 가면 장관을 구경할 수 있을 것 같아 길을 나섰다. 하지만 우리네 명절 고속도로 처럼 길이 꽉 막혀있다. 오클랜드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차가 많이 막히는 경험은 처음이다.

 

 

 

 

평소 10분 거리를 한시간 가량을 도로에 꼼짝없이 잡혀 있다가 폭포로 가는 여정은 포기하고 인근 보타닉 가든(Botanic Gardens)으로 차를 돌렸다.

 

 

 

 

공원 카페에서 고속도로에서 멍해지고 답답한 기분을 달래 본다.

 

 

 

 

오리들은 복잡하고 어지러운 인간사를 떠나 한가롭기만 하다.

 

 

 

 

가을이 시작되는 푸른 하늘 아래 감이 메달려 홍시로 변하고 있고, 평소 구경하기 쉽지 않은 코스모스도 귀퉁이에서 피어 있다.

 

    

 

 


공원 한켠에서 네덜란드에서 이민 왔다는 나이든 아저씨와 함께 산보를 나온 보더콜리(border collie)는 특이하게도 한쪽 눈은 브라운 색이고 다른 하나는 푸른색 눈을 가지고 있다. 몇 마디 던진 강아지 칭찬에 아저씨는 강아지 자랑이 끝이 나지 않는다.

 

  

 

이젠 옆에 선 아들 키가 부쩍 자라 내 어께를 넘어 서고 있다.

 

 

 

 

아내가 준비한 부활절 계란 바구니, 이 바구니를 만드는 동안 아내는 어떤 생각을 했는지 궁금하다.

 

 

 

 

세월호에서 실종된 아이들이 내 아이들 같아서 하루에도 여러 번 마음이 무너 집니다. 기적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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