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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이민살이와 라면 도시락

 

 

 

외국에서 살면서 가장 곤혹스러운 것 중에 하나가 점심을 해결하는 것이다.

 

한국에서야 직장문 밖에 온갖 종류의 식당들이 즐비하게 있어서 ‘오늘은 이거’, ‘내일은 저거’하는 먹는 즐거움이라는 것이 있었다.

 

하지만 서양음식 문화가 주류인 오클랜드에서 빨리 점심을 해결해야 하는 경우라면 서브웨이 센드위치 정도이다. 음식점이나 카페도 있기야 하지만 비싼 음식값 때문에 한국처럼 매일 사먹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은 점심은 중고등학교 때와 거의 똑 같은 메뉴의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근데 이 도시락도 하루 이틀이지 매일 비슷한 메뉴만 먹는 것이 부담스러워지고 샌드위치도 지겨워지면 결국 입맛도 잃어간다. 

 

이때 입맛을 살려주는 점심 메뉴가 있다.
라면이다.

 

 

미리 준비된 라면과 재료들에 끓는 물을 부어서 전자레인지에 3, 4분 정도 돌려주면 라면이 완성된다. 다만 식당안에서 후루룩거리면서 먹기가 다소 민망한 관계로 식당 밖에서 먹어야 하는 불편한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

 

 

 

 

대부분의(우리 집만 그럴수도 있지만) 이민살이에서 부득이 라면과 친해지게 된다. 해먹을 음식이나 재료들이 떨어질 때마다 항상 한국 슈퍼마켓으로 달려갈 수도 없으니 라면에 손이 가는 경우가 잦아진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자주 먹으면 먹을수록 질리게 되기 마련이고, 질려버린 라면을 먹자니 또 자연스럽게 라면이 진화한다.


아래 사진속 라면은 '야채라면'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던 여러 종류의 채소(양파, 양배추, 켑시쿰, 목이버섯, 파 등)와 이미 만들어진 반찬들이 보태어 진 것이다. 이런 종류의 라면은 특별한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고 냉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재료에 따라 같은 '야채라면'이라는 이름을 가지고도 그날의 레시피가 바뀌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