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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아들의 생일 선물

 

 

 

만으로 나이를 셈하다 보니 한국에 있는 친구들 보다 항상 나이를 덜 먹고 있는 기분이었는데 어제 보다 오늘 딱 한 살 더 먹었다.

 

난생 처음 아빠를 위해 선물을 준비한 아들은 혹시나 아빠가 퇴근해서 준비한 선물이 들통날까 싶어 어딘가 꼭꼭 숨겨 놓고서는 그만 본인도 어디 뒀는지 잊어 버려서 온 집안을 다 헤매 다녔다고 한다. 결국 퇴근해서 집에 오기 겨우 30분전에서야 찾았다고 한다.

 

케익에 촛불을 켜고는 선물을 받을 아빠 표정이 궁금해서인지 계속 내 얼굴만 빤히 처다 본다.

 

   

 

 

한국 제과점(Gateau house로 더 잘 알려진 김보연 제과)에서 아내가 사온 생일 케익, 한국에서 먹던 케익 맛 그대로 너무 달지도 않고 부드러워 입에서 살살 녹는다. 먹는 동안 한국에서 살던 아파트 입구에 있던 골목길과 그 골목길과 너무 잘 어울리던 제과점이 생각이 났다.

 

이 나라 저 나라 사람 할 것 없이 이 가게 케익을 처음 맛 본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얼굴 표정이 확 바뀐다. 아마 오클랜드에서는 최고의 케익 가게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한다.

 

 

몇 주전에 아들과 함께 서점에 간 적이 있었는데, 2차 대전물과 프라모델을 좋아하는 아빠가 그때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서서 보던 책을 기억하였나 보다. '엑스박스 원'을 살꺼라고 한 푼 두 푼 모은 저금통에는 절대 손을 데는 법이 없었던 짠돌이가 저금통을 헐어서 정가가 60불이나 하는 비싼 책을 선물로 준비했다.

 

 

 

'Precious Metal’이라는 2차대전 클레식 전투기 화보집이다. 뉴질랜드에서는 2차대전에서 사용되었던 전투기의 인기는 상당할 뿐만 아니라 운 좋게도 여러 종류의 2차대전 클래식 전투기들이 아직도 많이 남아서 날아 다니고 있다. 특별한 행사 때나 에어쇼에서는 직접 하늘을 나르는 멋진 광경을 볼 수 있다.

 

저자인 Gavin Conroy가 뉴질랜드에서 Supermarine Spitfire, P-51D Mustang, P-40 Kittyhawk, FG-1D Corsair, Hawker Hurricane 등을 직접 사진으로 촬영해서 쓴 책이다.

 

 

  

 

 

처음 아들에게 받은 선물 자체만으로도 고맙고 대견하기 그지 없는데, 가지고 싶었지만 너무 비싸서 사지 못한 아빠의 마음을 읽었는지 그 아들의 세심한 마음에 감격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