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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집 나간 빨간 쓰레기통

 

 

 

 

오클랜드에서는 재활용이 불가능한 쓰레기는 빨간 쓰레기통 그리고 재활용이 가능한 쓰레기는 파란 쓰레기통에 보관했다가 1주일에 한번 쓰레기 버리는 날 집 앞 도로가에 두면, 시티카운슬 집게차가 와서 쓰레기만 수거해 가고 빈쓰레기통은 다시 집 앞에 다시 내려두고 간다.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쓰레기를 버린 몇 주전 아내나 나나 퇴근시간이 늦어 빨간 쓰레기통 수거를 하지 않았다. 근데 다음날 아침 아무리 찾아도 이놈의 쓰레기통이 없다. 결국 몇 주간 새 쓰레기통을 받을 동안 이웃집 쓰레기통을 몰래 쓰게 되었다.

 

거져줘도 안가져 갈 더러운 쓰레기통을 누가 가져 갔을까 ?

 

아마 추측하건데 우리집 쓰레기통을 가져간 사람 역시 자기네 쓰레기통을 분실했던 차에 밤에 거리를 뒹구는 우리집 쓰레기통을 발견하고 가져가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군대 내무반 검열 때면 필요한 남의 물건을 살짝 위치이동 시켜 놓는 것처럼 말이다. 왜냐면 쓰레기통이 없는 동안 불뚝 불뚝 다른 집 쓰레기통을 가져오고 싶은 마음이 나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새로 받은 쓰레기통에 우리 만의 표식을 하기로 했다.

 

간편한 방법으로 선택, 비가 주룩 주록 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쓰레기통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형광색 스프레이로 번지를 그려 넣었다.

 

페인트가 오래 가지 않을 것 같기도 하지만 어느 정도 자신의 임무는 수행해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덤으로 나비 스티커 몇 장을 양쪽면에 예쁘라고 붙여 두었다. 이제 집 나가지 말고 행복하게 같이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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