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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아들의 술상

 

 

 

최근 며칠째 퇴근하고 오면 저녁상에서 아들은 '맥주 마실거냐'고 묻기를 반복했다. 10살된 아들 녀석이 아빠의 맥주가 뭐가 그리 궁금할까 싶기도 했지만 이내 잊어 버렸다.

 

오늘 저녁상에서 아들은 맥주 마실지를 다시 물어본다. 그러겠다하고 저녁식사후에는 맥주는 까맣게 있고 소파에 널부러져 재탕 삼탕 '헤리포터'를 보고 있었다.

 

 

눈 앞에 사라진 아들이 잠시 후에 나타나 들고 온 것이 '술상'이다.


 

맥주 한병과 어디서 찾았는지 아몬드 한 접시 그리고 소주잔에 얼음까지 담은 작은 쟁반을 내 무릎 위에 올려 놓고는 간다.

 

 

 

아들 눈에는 피곤에 지친 아빠가 안스러워 보였나 보다. 아니면 술 한잔에 실없이 껄껄거리며 뽀뽀를 해대며 웃는 아빠가 아들눈에는 많이 그리웠나보다.

 

아내는 아들에게 투덜거린다. '저 녀석은 지 아빠 밖에 몰라'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시원하고 맛있는 맥주를 단숨에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