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클랜드/살아 가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 맛보기 - Trinidad Moruga Scorpion

 

 

 

 

매운 음식과 한국 음식을 무척 좋아하는 친한 키위 동료가 있다. 한 번씩 아내가 담근 김치를 빈 쨈병에 담아다 주면 받은 그 자리에서 손가락을 쪽쪽 빨면서 반병은 먹어 치운다.

 

이 친구가 가장 좋아 하는 한국 음식이 오징어 두루치기인데 도시락으로 한국식당에서 김치와 두루치기만 사와서는 밥도 없이 땀을 뻘뻘 흘리면서 먹는다.

 

 

'안돼, 브라이언. 밥없이 김치랑 두루치기만 먹는 건 말이지 니네들 빵도 없이 버터랑 쨈만 먹는 거랑 같아. 밥이랑 같이 먹어'

 

'괜챦아, 맛있으면 그만이야'

 

 

이 친구는 평소 매운거와 관련 모든 것이라면 내게 먼저 달려 온다. 매운 맛은 한국을 대표하는 아이콘임을 잘 고 있기 때문이다. 유투브에서 '매운 고추를 먹고 고통스러워하는 동영상'을 낄낄거리면서 보는 것이 이 친구와 가끔 하는 일상 중에 하나다.

 

 

지난 주에 이 친구가 핫 소스 한 병과 고추 한 봉지를 선물로 내게 건네 줬다.

 

'이거 정말 맵기는 하지만 깊은 맛이 있어. 해물이랑 같이 먹어봐' 

'생고추는 고스트 칠리인데 말려서 먹는 편이 좋을꺼야’

 

애써 웃음을 참으려는 이 친구의 표정에 뭔가 있음을 직감했지만 그저 핫 소스인데 뭐가 있을까 뭔가 있어도 성의가 고마워 속아 주리라 생각했다.

 

소스의 이름이 'HOTtt ASs'로 '정말 맵다'는 뜻으로 형용사에 'as'를 붙인 키위 슬랭이다.

 

  

 

병 뒷면에 광고 문구가 살짝 겁이 나게도 한다.

 

"Dam HoTtt Red"

"Moruga & 7 pod Chilli super hot sauce"

"BUTT KICKING EXOTIC CHILLI SAUCES"

 

 

'Hot As' 소소는 하이랜드파크에 사는 에어콘 설치기술자가 자기 집 뒷 마당에 슈퍼 고추를 키워서 부업겸 재미삼아 핫 소스를 만들어 팔고 있다. 근데 브라이언과 조금 친분이 있어 '친구 중에 한국사람이 있는데 매운 음식을 좋아 하니 생고추 맛을 보여 주고 싶다’면서 한 봉지 얻어 온 것이라 한ek.


받은 생고추는 부트 졸리키아(Bhut Jolokia chili pepper)로 일명 '고스트 칠리'로 불리는 고추와 하바네로(Habanero) 고추이다. 이 고추들은 슈퍼 고추로 '고스트 칠리'가 고추장 보다 약 662배, 하바네로가 약 129배가 더 맵다. 

 

이 고추 몇 번 만지고 얼굴을 비볐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바람에 도저히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말린 후에나 먹을지 말지 고민 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가 한국 사람인데 소스 정도쯤이야 못 먹을까 싶어서 그 자리에서 병을 따서 티스푼 가득 입에 떠 넣었다. 소스병 광고 문구처럼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맵다. 딱 한 수푼에 머리에서는 땀이 나고 뱃속과 입안에서 불이 나는 것 같아 정신이 멍해진다. 

 

우유 한 컵과 뜨거운 물 한 컵 그리고 한 30분쯤이 지나서야 입에서 매운 맛이 가시고 진정이 된다. 처음에는 맵게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뭔가 시원한 기분이 들게 한다. 우리가 말하는 매운 맛이 중독성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 핫 소스에 2가지 종류의 고추가 담겨져 있는데 하나가 '티리니다드 모루가 스콜리온(Trinidad Moruga Scorpion)'과 '세븐 포드(7 pod)' 이다.

 

티리니다드 모루가 스콜리온(Trinidad Moruga Scorpion)은 2012년 미국 뉴멕시코주립대의 'Chile Pepper Institute'에서 선정한 세상에서 가장 매운 고추이다.

 

고추의 매운맛을 스코빌 스케일(Scoville Scale)이라는 단위로 측정하는데 이 고추는 고추장 보다는 약 1,000배가 더 맵고 우리가 접할 수 있는 가장 매운 고추인 할라피뇨(jalapeno) 보다는 약 304배 정도가 더 맵다. 이 고추의 맵기의 수치는 1,500,000–2,000,000정도인데 경찰이 쓰는 페퍼 스프레이의 수치가 2,000,000이다.

  

세븐 포드(7 pod)은 역시 슈퍼 고추로 이 고추 하나로 일곱 냄비(pot)의 스튜를 맵게 만들 수 있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으로 고추장보다 약 662배, 할라피뇨(jalapeno) 보다는 약 202배가 더 맵다.

 

 

이 번주 내내 핫 소스를 생각만 해도 계속해서 입안에서 침이 돌면서 먹고 싶은 충동이 계속해서 든다. 결국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한 소스의 선택이 아니라  핫 소스를 먹기 위해서 초롭홍합과 연어회(홍합 $4, 연어 $16 합쳐서 $20짜리 밥상)로 특별한 저녁상을 준비했다.

 

 

 

먹은 핫 소스의 양은 딱 한 숱가락이지만 청량고추 수십개는 먹은 기분이다. 입에 불이 난 듯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음식을 먹었더니 스테레스가 확 풀린다.

 

평소 우리가 즐겨 먹는 매운 음식인 떡뽁기나 고추장 불고기 등을 스코빌 척도에서 보면 '고추장'의 맵기 정도는 맨 아래서 두번째이다. 고추계에서는 숨겨진 매운 고수들이 많아도 너무 많다.

 


[스코빌 척도 (Scoville scale]

 

1,500,000–2,000,000

Trinidad Moruga Scorpion, Carolina Reaper

855,000–1,463,700

Naga Viper pepper, Infinity Chilli, Bhut Jolokia chili pepper (Ghost pepper),  Trinidad Scorpion Butch T pepper, Bedfordshire Super Naga, 7-Pot Chili

350,000–580,000

Red Savina habanero

100,000–350,000

Habanero chili, Scotch bonnet pepper, Datil pepper, Rocoto, Piri Piri Ndungu, Madame Jeanette, Peruvian White Habanero, Jamaican hot pepper, Guyana Wiri Wiri, Fatalii 

50,000–100,000

Byadgi chilli, Bird's eye chili, Malagueta pepper, Chiltepin pepper, Piri piri (African bird's eye), Pequin pepper, Siling Labuyo (native chili cultivar from the Philippines)

30,000–50,000

Guntur chilli, Cayenne pepper, Ají pepper, Tabasco pepper, Cumari pepper (Capsicum Chinese)

10,000–23,000

Serrano pepper, Peter pepper, Aleppo pepper

3,500–8,000

Espelette pepper, Jalapeño pepper, Chipotle, Smoked Jalapeño, Guajillo pepper, New Mexican peppers, Hungarian wax pepper, Tabasco sauce, Fresno pepper 

1,000–2,500

Anaheim pepper (cultivar of New Mexican peppers), Poblano pepper, Rocotillo pepper, Peppadew, Sriracha sauce, Gochujang

100–900

Pimento, Peperoncini, Banana pepper, Cubanelle

(출처 : en.wikipedia.org)

 

 

 

 

 

 

혹시 남들이 고통스러워 하는 것을 즐긴 다면 식사시간을 피해서 아래 영상을 보기 바란다. 위에 있는 영상이 모루가 스콜리온 고추를 먹은 사람의 반응이고, 아래 동영상이 세븐 포드 고추를 먹은 사람의 반응이다.

 

 

 

 

 

 

 

 

 

 

 

 

 

'오클랜드 > 살아 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아바 열매와 잎으로 만든 차  (0) 2014.04.13
아들의 술상  (0) 2014.04.06
6학년 캠프  (0) 2014.03.18
야간매점 성시경 '잘자어' 만들기  (0) 2014.02.28
디지털 세상, 아이들이 달라졌다  (0) 2014.02.27